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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샹그리라를 아시나요? -8 여존남비 핑크언니上 본문
어느해 6월, 2주간의 중국 운남성 여행(쿤밍-따리-리장-샹그리라)
샹그리라의 호스텔 바로 뒷건물에는 한국분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었다! 주변에 한국 가족 몇분이 사시는듯 했다. 중국 곳곳에 당연히도 한국인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건 알았지만, 이곳은 왕성한 사업이나 교류를 하는 한국인들의 터전이 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였다. 어찌 중국에서도 가난한 성이라 해서 물, 전기, 도로같은 도시 시설도 부족하다고 하는 운남성이 중국의 관광산업을 이끌고 간다고 한다. 정부의 투자로 도시가 개발되면 주민들의 삶은 비교할 수 없게 나아지겠지만, 이 부족함에서 오는 매력은 반쯤 사라져 버릴까? 관광객이라서 할 수 있는 이기적인 발상도 해본다.
지난 열흘간 과일이나 빵쪼가리만 먹다가 김치볶음밥을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여유있고 따뜻한 식당 주인분들.
샹그리라에 우연히 왔다가 정착하게 된 가족인지 궁금했다.
거주지는 무조건 도심의 편리함을 확신하는 나지만 여행후에 자꾸만 샹그리라에서 언제든 남은인생을 살면 어떨까 생각하던 나.
오후에는 근처에서 마침 경마赛马sàimǎ 경주가 있다고 해서 다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어제저녁 같이 고성 광장을 돌아다녔던 핑크언니와 친구언니, 남자애 세명과는 샹그리라에서 계속 함께 다녔다. 경마를 보기 전 다같이 밥을 먹고, 동네 근처도 구경하기로 했다.
첫번째로 같이 먹은 음식은 훠궈였다. 이 첫식사 이후로 삼일동안 우리는 훠궈를 네번 먹었다. 중국인들의 훠궈사랑을 알게 되었고 그 냄비에 얼마나 많은 야채와 건더기를 넣을 수 있는지도 알게되었다.
"그릇줘봐 덜어줄게"
"고마워, 언니 나는 샹차이(고수)는 안먹어!"
"샹차이 안먹어? 야 샹차이 넣지마 얘는 못먹는대!!"
핑크언니의 존재감은 어딜가나 튀었다. 매일 정성스럽게 단장하는 언니는 항상 한군데는 반짝이는 비즈가 달린 옷을 입는데 전부 다른 옷이지만 분홍색이였다. 캐리어도 분홍색, 핸드폰 케이스도 분홍색, 악세서리도 분홍색과 반짝이들, 셀카봉색깔마저 분홍이였다.
선글라스와 양산, 팔토시로 햇빛에 무장한 언니는 누구를 부를때도 큰소리로, 지방어로 하는 전화통화도 또박또박 큰소리로, 뭐든 주눅드는 법이 없었다. 봉고 기사, 가게 주인들과 맞붙어도 당차게 협상하고 아저씨들을 쥐락펴락 했다.
언니는 샹그리라의 모든걸 셀카봉에 담겠다!는 적극적인 몸짓으로 다니는 동시에 항상 내가 혼자 떨어지지 않게 살뜰히 챙겨주었다. 나한테 다정하게 보통어로 말을거는 언니는 팔이 아플때 "이것좀 들어" 하며 남자애들에게 양산을 토스했다. 파워당당한 언니의 태도는 즐거운 무리의 분위기를 해치지도 않았고 덩치큰 고딩 남자애들 세명도 군말없이 잘 따라다니게 했다.
"내가 사줄게 먹자!"
좀처럼 망설이는 일도 없었다. 시원시원한 언니 덕분에 어딜가나 술술 풀리는 느낌도 들었다.
미지근한 요거트와 넣어먹는 과자. 둘다 전혀 달지 않았는데도 상큼하고 맛있었다.
동네는 저녁때는 볼 수 없었던 한적하고 깨끗한 골목이 많았다. 숙소를 예약하는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호스텔들이 골목 중간중간 모여있었다. 집들이 모두 전통 가옥이지만, 호스텔 건물들은 층이 더 높고 깔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더 보고 싶게 생긴 호스텔도 여러군데 있어서 들어가서 방 구경도 하고 주인과 이야기도 나누었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샹그리라에 와서 직접 둘러보면서 선택해도 좋을것 같다. 핑크언니와 중국아이들이 한군데 호스텔의 주인과 길게 얘기하더니 내일 갈 만한 여행상품을 알아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호스텔의 벽면. 각국 언어로 쓰인 워아이니. 중국어는 짜이찌엔再见도 있고 너를생각해我钟念你 도..
일반인들이 타는 말과 차원이 다른 경주마의 갈기와 근육.
우리 친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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