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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쓰다

Thailand, 천국의 아이들 -8 쩐더마?

imerpeace 2019. 4. 26. 12:00

8월의 태국-라오스-우돈타니-방콕-코사멧

 

 

 

"힘 빼 언니! 나 가라앉는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50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넓은 뗏목을 발견했다. 놀기 좋으라고 어떻게 바다 한가운데에 이런 뗏목이 있는거지? 우리는 신이났다. 수영을 못하는 지니언니를 업고 나는 뗏목으로 헤엄을 쳤다. 언니는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서워서 버둥거리며 내 목을 더욱 졸랐다. 나는 간신히 자유형과 배형을 익힌 수준이지만 호기롭게 몸집이 작은 지니언니를 등에 태운 것이다. 우리가 둘다 버둥거리며 안간힘을 쓰는 사이 졔는 자기 혼자 냉큼 헤엄쳐서 이미 뗏목에 올라 타 있었다.

 

 

"빨리와!"

 

졔는 우리를 놀리면서도 똇목을 당겨 어딘가에 고정을 시켰다. 졔의 수영 실력은 대단했다. 마치 스노쿨링 하는 장소를 데려다 주는 가이드 같았다! 어떻게 아는건지 물고기가 모여있는 곳을 헤엄쳐 가고 잠수도 아주 잘했다. 

 

 

공평하게 한번씩 다 묻혔다.

 

 

 

 

"태국사람은 다 수영을 잘해?"

"아마도. 수영은 다 잘할거야."

 

이번에 우리와 스케이트장을 처음 가본 딴딴이도 물에만 가면 날개돋힌듯 자유자재였다. 딴딴이는 중학교때 수영선수였다고도 한다. 내 눈에는 태국친구들이 정말 다재다능해보였다. 다들 오토바이를 타고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줄 알았고 같이 어학연수를 하면서 중국어를 배울때도 태국어는 성조가 6개인가 8개인데 중국어는 4개라 쉽다면서... 다들 중국어 실력도 좋았다. 나도 뭔가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게 했다.

 

"내가 알려줄게. 일단 이렇게 이렇게 해봐"

"못 알아듣겠어."

 

나는 잠수하는법, 수영잘하는법을 졔에게 배우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너는 어디서 배운게 아니라 그냥 되는거 같은데?

 

 

 

국적이 다른 친구들끼리 다니다 보면 서로의 언어는 아주 필수적인것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밥먹자, 배고파, 뭐해?, 좋아! 등등. 그중에서도 필수적인건 당연 여러 종류의 '욕'이다. 우리는 열심히 서로의 욕을 교환하며 익혔다. 졔는 아주 자연스럽게 "뭐해?빨리와." 등등의 말을 했고 우리도 태국욕을 배워서 잘 써먹었다.

 

"히야. 이건 욕인데 엄청 친한 사이끼리도 쓰는거야~"

"히야!"

 

'히야'는 태국의 이구아나다. 동물 이름인데 심한 욕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친한 사이일수록 대화에서 더 많이 들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는 툭하면 언어유희로 '히야' 를 써먹었고 한국말을 섞어서 "히야! 죽을래?" 라고 장난치며 놀았다.

 

오토바이의 속도를 올리던 졔가 갑자기 "끼익-" 하고 멈췄다. 

 

"히야다!"

 

지니언니가 먼저 발견하고 소리쳤다. 우리는 진짜 히야를 마주친 것이다!

 

 

떡두꺼비같은 등에 손가락다섯개를 확인할 수 있는 커다란 몸집. 히야가 길가에 태연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도 맞겠다. 히야는 코사멧 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스코트라고 한다. 바닷가에서도 볼 수 있다지만 우리는 밤중에 이렇게 한번 본게 마지막이었다. 

 

"히야 얘기하는데 진짜 히야를 봤네? 히야~~"

 

셋다 깔깔 웃으며 히야에게 인사를 했다.

 

 

 


며칠간 코사멧섬을 돌아다니다 보니 휴양지답게 사람들이 많은 메인비치도 보게 됐다. 분주하고 큰 식당이 있고 바다에도 사람이 만원이었다. 졔도 그건 싫었는지 우리를 데리고 말도 없이 섬의 안쪽으로 멀리 멀리 들어갔다. 표지판도 없는 쌩뚱맞은 곳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다왔다"고 말한 졔를 따라 내리면 수풀 사이를 헤쳐 들어가게 했고 조금만 들어가면 멋진 바다가 나오곤 했다. 이런 길을 어떻게 기억해? 나는 자주 오니깐. 나는 혹여나 다시 올 수 있으니 스마트폰 지도에 스팟을 찍어 기록하려고 애를 썼지만 졔가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아주 먼 곳이라도 과일 스무디파는 상점과 한두개씩 보이는 펜션이 있었다. 

 

"스무디나 먹을까..."

"이 망고 맛있게 익었어. 먹어!" 졔는 진열되어 있는 과일을 보더니 망고를 추천했다. 그걸 어떻게 알지? 망고는 정말 꿀맛이었다.

 

 

 

마침 사진찍는용인 듯한 하트벽돌이 신혼여행 분위기를 연출하는 매우 좋은 장소.

 

 

 

졔는 자꾸만 이런 사진을 연출한다. 어디서 개가 나타난건지... 인정 2222

 

 

 

밤에는 칵테일바와 식당이 줄서있는 바다엘 갔다. 워낙 넓은 바다라 가게에 조명이 빛나는 분위기가 좋았다. 저녁을 먹고 썬베드에 누워서 하늘을 보자 별이 총총히 박힌 하늘이 보였다.

 

"와. 하늘에 별 이렇게 많은거 첨봐."

"진짜? 하하하"

 

나는 태국에서 한국촌놈이 된 기분이었다. 갑갑한 서울에 있다가 왠지 태국이 천국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태국의 휴양지에서 놀고먹어서가 아니라 태국친구들의 태도가 그렇게 느끼게 했다.  "여기가 바로 태국이야!" 같은 자부심도 없이 뭐든 척척. 태국친구들과는 함께 다니면 마음이 즐거웠고 항상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란건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너희가 행복해 보이는걸 너네는 아니?

 

지니언니와 내가 "이렇게 맛있는 망고는 처음 먹어봐!", "이렇게 큰 달은 처음봐!" 같은 소릴 할 때마다 졔는 중국어로 " 쩐더마?真的吗? (진짜?)" 라고 하며 하하 웃었다. 뭘 이런걸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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